아담삼촌라이프스토리

❝[부리단길]부산대의 새로운 발견, "부리단길" 거리의 탐방기:오전의 여유로운 골목산책

아담삼촌@@ 2026. 5. 10. 15:39

 

 
 

#1. 때로는 멈춤이 가장 큰 진전이다.

 오늘 아침, 현관문을 나설 때만 해도 나의 머릿속엔 '부산 갈맷길 3코스 3구간 완주"라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잦은 기침과 발목의 신호가 '무리하지 말라고 나의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계획을 지웠습니다. 완주라는 결과 대신 '여유'라는 과정을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부산대역 1번 출입구였습니다. 맑개 갠 푸른 하늘의 햇살이 '부리단길 골목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네.'라면서 나의 축 처진 어깨를 다독이며 응원하는 듯했습니다.

 
 

 골목의 입구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반겨준 것은 정겨운 '부리단길 안내도'였습니다. 촘촘하게 그려진 골목 지도와 그 사이사이에 박힌 카페와 식당 아이콘들을 보니,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새로운 탐험에 대한 설렘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도는 나에게 어디로 가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길 끝엔 향긋한 커피가 있고, 저 모퉁이 너머엔 맛있는 식당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도가 이끄는 대로, 아니 나의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미로 같은 골목의 속살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안내도 따라 본격적으로 들어선 골목은 생각보다 더 다정하고 포근했습니다. 머리 위로는 밤을 기다리는 꼬마전구들이 긴 줄을 지어 놓여 있고, 발밑으로는 어디로든 떠나보라는 듯 커다란 화살표가 시원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길모퉁이에서 마주한 이정표는 '장전백화점부터 황금양꼬치', '이츠키'까지,  이 골목을 지키는 정겨운 이름들이 저마다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갈맷길의 이정표가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말하며 재촉했다면. 이 부리단 길의 이정표는 "여기 재미있는 곳이 많으니 천천히 쉬어가도 좋아" 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듯했습니다.

 
 

 

 
 

#2. 골목의 끝에서 마주한 강렬한 색채와 반전

 골목 모퉁이 돌자마자, 나를 멈춰 세운 건,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 같은 '윌리웡카(Willy Wonka)'였습니다. 고요한 골목 안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강렬한 붉은 색상은, 마치 영화 속 마법 같은 일들이 펼쳐질 것만 같은 설렘을 주었습니다. 검은 어닝과 레이스 커튼 너머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훔쳐보며, 갈맷길의 장거리 코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밀도 높은 감성을 만끽했습니다.

 그 붉은 유혹을 지나 몇 걸음을 더 걷자, 이번에는 정반대의 매력을 지닌 '장전백화점'이 나타났습니다. 흔히 아는 화려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정갈한 화이트 톤의 외벽과 커다란 통창이 주는 개방감은 그 어떤 곳보다 고급스러운 평온함을 느꼈습니다. 강렬한 레드와 차분한 화이트가 한 골목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강렬한 붉은 색채와 화이트 톤의 색의 반전의 풍경에 젖어들 때쯤,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전선들이 자유롭게 선을 긋고  있었습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그조차도 이 골목의 일부인 양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장전 12 번길' 이정표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따라 걸었습니다.

 

 
 

 점점 가까이 갈수록 만나는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습니다. 세련된 통유리창에 오전의 햇살이 부서지는  'EPURE'와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늑간'의 현대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멈춘 듯한 빈티지한 골목이 나타납니다.

 특히 창가에 붉은 꽃바구니를 나란히 내어놓은 'CULLIVAN'S'의 외관은 마치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거친 듯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회색 벽과 나무 창틀의 조화, 이곳저곳 기웃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촬영 장소로 손색이 없어 보이는 이 가계는 일찍감치 뭇 여성들의 인기 장소가 되었습니다.

 
 

 
 

 래미안 방향으로 가는 골목엔 눈길을 확 사로잡는 빨간색  만났습니다. 이름은 '쏘쏘사라다(SOSOSARADA)'. 하얀 벽면에 큼직하게 그려진 캐릭터가 '어서 와, 배고프지?'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아 정말로 배가 출출하기까지  했습니다. 

 한참 사진을 찌고 있을 때,  지나가던 한 손님이 그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녀는 직원에게  '혹시 지금 아침 식사 되나요'  재차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영업시간이 되지 않아서 기다려야한다면서.. 이곳의 영업 시작은 오전 11시, 아침이라기엔 조금 늦고 점심이라기엔 이른, '사라다빵에 우유 한 잔' 간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든든한 사라다빵은 기대하며 기웃거리는 손님과 친절하게 응대하는 직원의 모습이 참 따뜻해 보였습니다. 

 

 
 

 한 블록을 지나면 바로 마치 미국의 어느  활기찬 거리로 순간 이동을 한 듯한 퐁경이 펼쳐졌습니다. 빈티지한 간판이 멋스러운 수제버거집, '크레딧 버거(CREDIT BURGER)'였습니다. 초록색과 흰색이 섞인 스트라이프 어닝 아래로 쏟아지는 햇살이 매장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놓인 알록달록한 의자들이 골목에 생동감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커다란 햄버거를 손에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캐릭터 벽화 앞에서는 누구나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 당장 버거를 먹을 준비가 됐다'는 강렬한 문구는, 아까 전 '아침 식사는 되나요'라고 물었던 손님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낡고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서  '키치 하고 빈티지한 공간'을 만든 것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굳이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아도 이 개성 넘치는 테라스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산책길이었습니다.

 
 

 

#3. 길과 길이 만나는 곳에서...

 부리단길의 여러 갈래길이 교차하는 지점, 그곳에 나의 단골 카페가 있습니다. 해쉬커피의 쨍하고 선명한 오렌지빛입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활기와 카페 특유의 여유가 공존하는 이곳은,  마치 바닷가 근처의 힙한 카페에 온 듯한 시원한 인테리어가 매력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더하여 매장 안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매장 앞 사거리를 마주 보고 놓인 야외 테라스는 이 집의 백미이었습니다. 골목과 골목이 만나는 활기찬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명당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겨운 동네 아지트 같은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키오스크에 아이스커피를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아 뷰멍을 때렸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점>

[해쉬커피(Hash coffe)]

산미 있는 커피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소한 맛에 집중하는 브랜드입니다.

원두를 두 가지 타입(부드럽고 고소한 A타입/다크 하고 고소한 B타입)으로 운영해서 입맛에 맞게 골라 마실 수 있는 게 큰 장점입니다.

 

[시그니처의 바닐라 라떼 성지]

국내 최초로 제로 바닐라 라떼를 포함해 무려 4종류의 바닐라 라떼를 갖추고 있습니다.

(딥 바닐라, 제로 바닐라, 액설런트 딥 바닐라 등) 바닐라 라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곳입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묵직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컵 표면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과 컵 홀더에 새겨진 단순한 '#' 로고가 지금 이 순간의 휴식을 증명하는 듯했습니다. 

 시선을 돌려 거리 건너편을 바라보았습니다. 노란색 외관이 돋보이는 또 다른 카페와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선 간판들이 도시의 활기를 가감 없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곳 테라스는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난 섬 같았습니다. 컵 홀더에 족히 '고소함을 잘한다.'는 문구처럼 입안에 머무는 고소한 풍미는 자극적이지 않고 정직하게 쌉싸름했습니다.

 

얼음이 달각거리는 소리를 배경 삼아 즐기는 이 짧은 멈춤이 '아쉬웠던 부산 갈맷길의 미련'을 한 방에 날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늘 완주의 결과 대신 얼음이 건네는 과정의 여유였습니다.

 

<마치며...>

 때로는 완벽한 완주보단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찰나의 여유가 더 깊은 기억을 남기곤 했습니다. 갈맷길의 못다 한 아쉬움조차 이 차가운 커피 한 잔과 함께 기분 좋은 추억으로 녹아내립니다. 그것이 바로 길을 나서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쉼표였음을 깨우칩니다.

 

1. 찾아오는  길

주소: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정로 60번 길 32, 1층(장전동 293-174)

 

위치 설명: 부산대 1번 또는 3번 출구에서 부산대 정문 방향(부산대 사거리)으로 올라오시다 보면, 메가커피와 24 카페 인 더문이 있는 사거리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테라스 좌석이 있어 찾기 쉽습니다.

 

2. 영업시간

평일(월~금): 08:00~22:00(또는 23:00)

주말(토~일): 08:00~23:00(또는 24:00)

 
매장 상황에 따라 마감 시간이 조금씩 유동적일 수 있으니, 22시간 이후 방문 시 확인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