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틱톡의 잔상, 그리고 안일한 출발
며칠 전 틱톡에서 본 짧은 영상 하나가 발단이었다. 숲을 품은 채 날카로운 직선을 뽐내던 '로띠 포레스트'의 잔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비 그친 뒤의 하늘이 제법 맑기에, 나는 그 건물이 당연히 온천천 근방 길가 어디쯤 있으리라 짐작하며 가벼운 산책길에 나섰다. 하지만 그것은 오늘 내가 마주할 기분 좋은 고생의 서막이었다.
2. 안갯속을 걷듯, 명륜동에서 동래역까지의 헛걸음
온천천 물줄기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그 세련된 외관이 나타날 줄 알았건만, 틱톡에서 본 '로띠 포레스트'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기가 아닌가?"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지만 발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조금 더 가면 나오겠지 싶어 쉬지 않고 명륜동역까지 내달렸다. 하지만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익숙한 풍경은 없었다. "설마 여기가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확신으로 바뀔 때쯤, 나는 어느새 동래역에 다다라 있었다.
동래역 특유의 역동적인 철길과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주상복합 빌딩들. 그 화려한 도시 미학은 분명 근사했으나, 내가 찾는 ‘그놈’의 형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직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완전히 잘못 왔다." 결국 동래역사 그늘 아래 멈춰 서서 손으로 다시 틱톡을 검색했다. 아뿔싸, 화면 속 배경은 동래역의 빌딩 숲이 아니라 고즈넉한 온천장 쪽이었다. 자세히 보지 못한 나의 실수였다.
3. "그놈이 뭐길래, 온천장의 미로 속으로..."
다시 방향을 틀어 온천장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쉬지 않고 걸어온 탓에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고, 입안에선 "그놈이 대체 뭐길래 나를 이토록 힘들게 하나" 하는 투덜거림이 단내처럼 배어 나왔다. 평생을 살며 훤히 안다고 자부했던 동네가 오늘따라 길을 감추는 미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때마침 불어온 된바람에 답답한 속을 삭이며, 묻고 또 물어 동래별장 옆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때였다. 거대한 군함 혹은 '스텔스 비행기를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위용'이 대나무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4. 온천장의 심장부, 로띠 포레스트 직선 속의 다정한 반전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밖에서의 투박한 야속함은 이내 경탄으로 바뀌었다. 차가운 직선의 외관과 달리, 내부는 은은한 조명과 고급스러운 곡선이 어우러진 아늑한 요새였다. 1층의 둥근 진열대에는 갓 구워낸 빵들이 예술 작품처럼 놓여 있었고, 층마다 제각기 다른 풍경을 품고 있었다.

<로띠 포레스트2F 내부 전경>
5. 층마다 펼쳐지는 색다른 이유:갓 구운 빵부터 동래별장 전망 루프탑까지
2F: ORDER & BAKERY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버터 향이 가득한 곳, 윤기가 흐르는 에그마요 데니쉬와 바삭한 아몬드 크로와상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로띠 포레스트 2F order & bakery hall >
3F: 여유로운 커피 타임, COFFEE BAR & HALL
주문한 음료를 받아 본격적으로 뷰를 즐길 준비를 하는 층. 3층 난간 너머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단절된 층이 아니라 서로의 에너지가 공유되는 설계 덕분에 공간 전체가 훨씬 넓고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3층(COFFEE BAR & HALL)은 조금 더 차분하게 커피의 풍미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 그 아래 2층은 빵을 고르고 주문하는 활기로 가득 차 있어 두 층의 대비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로띠 포레스트 3F coffe bar hall>
4F & 루프탑: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뷰 맛집
루프탑에 올라서는 순간,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발아래로는 역사 깊은 동래별장의 기와지붕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고개를 들면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빌딩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기와지붕 사이로 우뚝 솟은 소나무들과 멀리 보이는 교회의 첨탑까지, 마치 여러 시대가 한 장의 사진에 담긴 듯한 묘한 감동을 주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이곳이 왜 '전망 뷰 맛집'인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6. 겹겹이 쌓인 위로, 컷팅되는 피로
빵과 커피를 주문한 지 10여분 지났을까 아예 자리가 없었다. 각층마다 돌아다니며 겨우 잡은 테라스 자리에 앉아 쟁반을 내려놓았다.
나이프 끝에 전해지는 바삭한 저항을 지나 크로와상을 갈라내자, "바스락" 하는 정교한 파열음과 함께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이어 들이킨 아이스 커피 한 모금. 그 강렬한 청량감은 동래역에서부터 쌓여온 스트레스와 갈증의 매듭을 단숨에 끊어냈다. 바삭함 뒤에 찾아오는 부드러움, 그것은 오늘 내가 만난 가장 정직한 '보상'이었다.

7.<마지막> B1: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 Entrance & Garden
문을 열기 전 마주하는 지하 1층 진입로는 마치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통로 같았다. 기하학적인 화이트 콘크리트 벽면과 세월을 간직한 낮은 돌담이 나란히 이어지는 이 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의 정체성을 미리 보여주는 듯했다. 발걸음을 따라 놓인 둥근 디딤돌과 그 곁을 채운 알록달록한 수국은 헤매며 느꼈던 피로를 금세 설렘으로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마치며..>
에필로그: 야속했던 '그놈'이 '사랑'이 되기까지
긴 휴식을 마치고 일어서며 생각했다. 처음엔 길을 잃게 '그놈'이라 부르며 원망했지만, 이제 이곳은 나에게 온천장의 새로운 숨구멍으로 각인되었다. 결국 이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공간의 활기와 맞닿아 있었다.
"다음엔 가족들을 모시고 꼭 한번 다시 와야겠다."
좋은 풍경을 혼자 누리기 미안해지는 마음. 그 마음이 든다는 건 오늘 나의 산책이 단순한 헛걸음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누어줄 '이야기'를 수확한 시간이었음을 증명했다. 야속했던 그놈은 어느새, 다시 만나고 싶은 다정한 명물이 되어 내 등 뒤에 머물러 있었다.
<📍 로띠 포레스트(rotti for:rest) 이용 정보>
- 주소: 부산 동래구 금강로 131번길 28-12
- 전화번호: 0507-1447-4885
- 영업시간: 매일 08:00 ~ 22:00 (라스트 오더 21:30)
- 특이사항: 대형 주차장 완비(건물 1층), 아기의자 있음, 루프탑 노키즈존 아님(케어키즈존)
<🚌 찾아오는 길 (교통 정보)>
1. 지하철 이용 시
- 온천장역(1호선): 5번 출구로 나와서 약 700~800m 정도 걸으셔야 합니다 (도보 약 10~12분). '래미안 포레스티지' 단지 근처에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아요.
2. 버스 이용 시
- 온천장 정류장이나 금강원 입구 쪽에서 내리시면 도보 이동 거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80번, 77번, 100-1번 등 노선 확인 권장)
- 마을 버스: 동래구 7번, 동래구 8번
3. 자가용 이용 시 (주차)
- 카페 1층에 전용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만차 시에는 바로 앞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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